식물상점, 난, 원룸

2017년 11월 11일 (토) - 11월 19일 (일)
기획: 식물상점(강은영), 원룸ONEROOM

2017년 4월 5일에 식물상점의 개업 기념 팝업스토어 행사가 개방회로OPEN CIRCUIT에서 열렸다. 평균기온 12℃, 일 강수량 37.5mm. 비가 내려서 행사를 진행하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괜한 우려였다. 개방회로 내부는 비로 적당히 축축해서 식물들이 더 싱그러워 보였고, 바깥에 놓인 식물들은 물을 듬뿍 먹어 하나하나 선명했다. 식물상점의 주인이기도 한 강은영은 우비를 입고, 식물 사이를 요리조리 누비면서, 사람들에게 식물 관리법을 설명하고, 화병에 맞는 식물은 제안해주고 있었다. 우리도 당최 어울릴 만한 식물을 찾지 못해 빈 상태로 둔 호리병 형태의 화병을 상담받아서 채우고, 팝콘같이 귀여운 꽃들이 사선으로 뻗은 가지에 다다다다 붙어있는 식물을 구입하였다. 화병에 담긴 꽃과는 한 번의 전시를, 화분과는 두 번의 전시를 함께 보냈다.

이후에는 강은영이 관객으로 공간에 몇 번 방문했는데, 우리는 그때마다 식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 한 게 들통날까 봐 내심 조마조마했었다. 그는 차근차근 전시를 보고, 쇼파에 앉아 천천히 시간을 보냈는데, 아마 이 공간과 어울릴 법한 식물을 상상해본 것 같다. 요청이나 요구가 아니더라도 식물로 무언가를 채우고, 분위기를 떠올리는데 굉장히 익숙한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이 온도와 일조량에서는 이런 식물이 잘 자랄 텐데, 하얀 공간에는 이런 식물과 잘 맞을테지와 같은 생각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식물이 지내기 좋은 환경을 계속 생각하고, 식물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그런 사람 같아 보였다. 우리가 나눈 대화도 대부분 그런 것들이었다. 식물 관리법부터, 식물 이름, 계절 별 키우기 쉬운 식물, 식물과 흙, 화원들이 식물을 다루는 방식, 식물에 맞는 가구, 식물에 맞는 공간 등등 그는 물어보는 것마다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는데, 언젠가 원룸ONEROOM에 어울릴 법한 식물을 물어보니, 벽도 하얗고 밝아서 난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하였다. 난이라고 하면 사장실이나, 개업식 같은 곳에 과장된 화분에 몇 송이 솟은 모습이나, 정년퇴직한 꼬장꼬장한 할아버지가 아침마다 분무기로 물을 주면서 잎을 하나하나 닦는 모습밖에 생각나지 않아서, 그게 과연 어울릴까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난의 종류부터, 난 관리법, 한국에 있는 난 농장, 원종과 배양종, 이끼와 난의 관계 등등 난에 관해 조리 있게 설명해 주었고, 그가 말하는 난이 우리가 생각하는 난의 모습과 너무 달라서, 이것을 한번 전시로 꾸려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물이 중심이 되는 전시는 어떤 모습일 수 있을까. 식물이 잘 보이고, 식물이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이전과 달리 온도와 습도, 빛의 색과 세기를 염두에 두고 공간을 채워나간다. 식물상점의 강은영 역시 난 하나하나가 편하게 있을 수 있는, 다른 사물과 잘 어울리는 모습을 미세하게 조정해 나가면서 난을 손질한다. 물론 그때마다 난에 관한 설명도 잊지 않는다. 아주 오래된 친한 친구를 소개하듯 난에 대한 정보를 차근히 알려준다. 2017년 11월 11일에 식물상점의 전시 겸 팝업스토어가 원룸ONEROOM에서 열린다. 평균기온 11℃, 비 소식은 없다.
포스터 디자인: 오늘의풍경(신인아)



테이블 디자인: 최조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