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IZE



이나하

2018년 6월 6일 (수) - 6월 30일 (토)
기획: 송하영, 최조훈(ONEROOM)
후원: 서울문화재단


원룸ONEROOM은 디지털 언어와 기술적 원리를 참조하여 디지털 환경과 현실의 관계를 탐구하는 기획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2018년 6월 6일부터 6월 30일까지 진행하는 «RESIZE»에서는 디지털 이미지의 속성과 회화의 관계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이나하 작가는 디지털 센서로 촬영된 현실의 상이 데이터로 만들어진 후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프로그래밍 속성을 참조하여 캔버스에 또 다른 형태로 구현합니다. 웹상에서 빈번하게 유통되는 대상화된 여성의 신체 이미지는 작업 전반에 걸쳐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정의한 ’리사이즈  회화’ 3점과 ‘픽셀 회화’ 3점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나하 Naha Lee

1990년생 서울 출생, 거주


2016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서양화 전공 수료
2014 성균관대학교 예술학부 미술학과 서양화 전공 졸업


개인전
2018 «RESIZE», ONEROOM, 서울


단체전
2017 «핫써머», 비공일호, 서울
2015 «보는 창신 잠깐 창신», 한다리 중개소 외 창신동 일대, 서울
2014 «한 달 반», 성균 갤러리, 서울

기획

2017 «핫써머», 비공일호, 서울 (공동기획)
2015 «보는 창신 잠깐 창신», 한다리 중개소 외 창신동 일대, 서울 (공동기획)

사진: 김경태

INVISIBLE PIXEL


송하영, 최조훈


«RESIZE»는 디지털 이미지의 가변적인 특성을 참조하여 디지털 환경과 현실의 관계를 탐구하는 기획이다. 이나하 작가는 디지털 이미지의 생성과 변형, 유통 과정에서 실행되는 프로그래밍의 속성을 참조하여 캔버스에 구현한다. 웹상에서 빈번하게 소비되는 대상화된 여성의 신체 이미지는 작업 전반에 걸쳐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정의한 ‘리사이즈 회화’ 3점과 ‘픽셀 회화’ 3점이 전시된다.

«RESIZE»에서 ‘리사이즈 회화’와 ‘픽셀 회화’가 원본으로 삼는 대상화된 여성의 신체 이미지는 각 작품의 제목으로 어렴풋이 추측 가능하다. 이미지를 다운로드할 때 자동으로 지정된 파일명과 이미지 속 상황묘사가 제목에 서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웹상에서 소비되는 이미지 중 포르노 이미지는 높은 비율의 트래픽(데이터들의 이동량)을 차지하고 있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2013년 영국에서는 성인물 웹사이트에 유입되는 트래픽이 소셜미디어 서비스와 인터넷 쇼핑 웹사이트 방문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었고, 미국, 영국, 스페인 등과 같은 나라 역시 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수치를 보였다. 이미지의 업로드가 폭발적으로 급증하는 현 상황에서 대상화된 여성의 신체 이미지 소비와 유통은 단순히 넘어갈 수 없는 문제이다. 그렇기에 디지털 이미지의 이동과 소비에 관심을 두고 있는 작가가 이를 주요하게 다루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디지털카메라로 현실의 상을 촬영하는 것은, 카메라 렌즈 뒤편에 위치한 이미지 센서가 대상으로부터 반사되는 빛을 감지하여 특정한 구조의 데이터 형태로 저장하는 것과 같다. 센서의 능력과 사용자 설정에 따라 2차원의 매트릭스(Matrix; 숫자・기호 등을 가로, 세로의 그리드 형태로 나열해 놓은 행렬) 크기가 결정되고, 현실에서 추출한 RGB 값이 각 항에 지정되어 하나의 이미지 파일이 만들어진다. 매트릭스를 구성하는 각 항의 값은 디스플레이 디바이스에서 화면의 최소 구성 요소인 픽셀Pixel로 가시화되며 우리는 이를 래스터 이미지Raster image 혹은 비트맵 이미지Bitmap image라고 부른다. (앞으로 언급하는 디지털 이미지는 래스터 이미지에 한정한다.) 아날로그 환경을 디지털 이미지로 치환하기 위해서는 현실의 정보 값을 추출(샘플링Sampling)하고 디지털 문법에 유효한 근사치로 조정(양자화Quantization)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미지 화질은 광학 센서 사양에 기반한 샘플링과 양자화 과정의 밀도 조정으로 결정된다.

디지털 이미지가 유통되는 과정에서도 이미지 파일의 가변적 속성은 중요한 요소로 활용된다. 특히 이미지가 구현될 디스플레이의 한계와 웹 트래픽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 디지털 이미지는 또다시 샘플링, 양자화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은 대부분 이미지의 용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이미지 매트릭스의 규모를 축소하고, 여러 가지 이미지 압축 기술 중 하나(혹은 둘 이상)를 활용하여 원본에서 변형된 정보의 픽셀값을 지정한다. 이런 이미지 축소 기술 원리 중 하나는 균등하게 떨어져 배치된 픽셀들을 선택하고 그 주변의 픽셀값(색 정보)들을 비교하여 평균값을 산출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작아진 크기의 이미지도 변형하기 이전 이미지와 비슷한 결과를 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파일의 용량도 줄어들어 파일을 전송하고 보관하는 것이 수월해진다.

한편, 이미지 파일을 디스플레이 디바이스에 구현하는 과정은 파일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역순과 유사하다. 액정화면을 구성하는 LED단자는 RGB빛을 발산하는 3개의 소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미지 파일의 픽셀이 담고 있는 정보 값을 빛으로 출력한다. 이를 통해 액정화면 위에 구현된 픽셀 전체의 정보 값을 조망할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 대상 이미지를 인식하는 것이 가능하다. 액정 화면에 나타난 이미지의 품질은 기기 사양에도 영향을 받는다. 고화질의 이미지 파일을 화면에 띄운다고 하더라도 이미지가 구현되는 디스플레이 디바이스 종류에 따라 그 모습이 다르게 보인다. 특히 기기의 화질 능력을 평가할때, 가로, 세로 1인치 크기의 면적에 배열된 LED단자의 수를 따지게 되는데, 이를 PPI(Pixel per Inch)값으로 나타낸다. PPI값에 따라 구현 가능한 이미지의 품질이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예를들어, 동일한 이미지도 아이폰7(326ppi) 액정에서 보는 것보다 아이폰X(458ppi)를 통해 보는 이미지가 훨씬 더 선명하다. 이처럼 이미지 구현은 기기에 종속적이며, 기기를 통해 픽셀이라는 화면의 최소 구성 요소가 물리적인 크기를 갖게 된다.

‘리사이즈 회화’에서 작가는 픽셀 하나의 물리적인 면적을 산업적으로 규격화된 정사각형 캔버스 1호 크기(15.8 cm x 15.8cm)로 지정하는데, 이는 디지털 이미지를 회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PPI 개념을 변형하여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PPI 값에서 기준이 되는 크기는 가로, 세로 1인치의 면적이지만, 작가는 캔버스가 걸리는 전시장의 특정한 벽 크기를 기준치로 설정한다. 이로써 벽의 크기는 디스플레이 디바이스의 PPI 기준이 되는 가시 영역으로 설정된다. 픽셀 크기를 1호 캔버스로 설정하게 되면, 캔버스가 위치할 벽(화면)마다 구현할 수 있는 최대 해상도가 결정된다. 전시장의 가장 큰 벽(290 x 740 cm)에는 벽 크기에서 구현할 수 있는 최대 크기(해상도)의 회화 2017060216055185291_1.jpg, 100% 뒤돌아 걸어가는 여자, 뒤돌아서 앞을 돌아보는 여자, 대각선으로 서 있는 여자, 대각선으로 서서 오른쪽 무릎을 살짝 구부린 채 고개를 숙이고 왼손으로 머리를 잡고 있는 여자 (캔버스 위에 아크릴, 286.6 × 726.8 cm, 2018)가 제작되었고, 다른 벽(300 x 300 cm)에는 30%의 비율로 같은 이미지가 축소되어 제작(94.8 × 94.8 cm)되었다. 이는 동일한 이미지를 원본으로 삼지만 구현될 디바이스(전시장 벽)의 차이와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 안에서 변형(축소 혹은 확대) 가능한 이미지의 특성을 동시에 보여주기 위함이다. 사각기둥에는 기둥 정면의 크기(290 x 52 cm)에 최대로 구현 가능한 회화 (hot-body(11).jpg, 100%고개를 살짝 옆으로 한 채 오른쪽 무릎을 구부리고 있는 여자 (캔버스 위에 아크릴, 286.6 × 47.4 cm, 2018)를 통해 벽면뿐만 아니라 현실 공간의 다른 구성요소를 화면으로 소환한다.

회화의 소재가 되는 원본 이미지 파일의 크기 정보를 기준으로, 각 픽셀을 캔버스 1호 크기에 1:1 대응하여 구현하려면 전시장의 벽 크기보다 수백 배 규모에 달하는 면적이 필요하다. 이런 무의미한 계획 앞에서 원본 디지털 이미지 크기 자체를 변형Resize하는 시도는 꽤 합리적이다. 웹상에서 데이터 트래픽은 비용으로 수렴되는데, 가령 소비자의 경우 디바이스의 한계나 시각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화면에서 이미지를 감상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면 용량이 작은 파일을 다운받아 감상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정보제공자의 측면에서도 이미지 로딩 시간은 고객을 유치하는데 중요한 변수로 작동한다. 모바일 메신저에서 사진이나 영상을 주고받을 때 원본 이미지의 크기를 줄이는(화질을 낮추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원본 이미지(무손실, 고화질)를 전송할 수도 있지만, 이미지를 받는 수신자의 입장에서 때로는 그 방식이 달갑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사용자가 아니라면 이미지 수신을 거부할지도 모른다. 작가는 이러한 유통 과정을 참조하여 디지털 이미지의 크기와 현실에서 구현하는 이미지 크기(혹은 캔버스 크기)의 관계를 ‘리사이즈’ 방식을 통해 탐구한다.

전시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작업인 ‘픽셀 회화’는 디지털 이미지를 인쇄할 때 거치는 파일 변환 프로토콜 과정에 집중한 것이다. 특정한 이미지 파일을 프린터로 출력할 때 해상도는 1제곱인치의 면적 안에 존재하는 점(Dot)의 개수, 즉 DPI(Dots per Inch)로 판단한다. 디지털 이미지의 종류에는 두 가지 형식이 있는데, 하나는 전반부 논의의 기준이 되는 래스터 이미지이고, 다른 하나는 수학적 도식으로 이미지를 생성(연산)하는 벡터 이미지Vector image다. 래스터 이미지와는 달리 벡터 이미지는 스케일Scale과 크기에 구속받지 않는다. 벡터 이미지는 아무리 확대, 축소하더라도 매번 달라지는 비율에 따라 이미지를 재연산하여 화면에 출력하기 때문에 이미지 깨짐 현상 자체가 나타나지 않으며, 이에 따라 해상도 개념을 초월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이미지 파일 형식도 프린터로 출력되는 순간 프린터 최대 해상도인 dpi의 영향을 받는다. ‘픽셀 회화’는 대상으로 삼은 원본 이미지의 픽셀 일부를 프린트의 최대 출력사이즈 종이에 맞춰 확대 인쇄하였을 때 픽셀 경계에서 발생하는 블러링Bluring 현상을 회화로 구현한 것이다. 출력 오류처럼 보이는 이 현상은 안티 에일리어싱Anti-Aliasing 알고리즘의 결과인데, 이는 이미지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일리어싱 현상(해상도의 한계로 선이 우둘투둘하게 보이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시각적 보정 장치다. ‘리사이즈 회화’에 앞서 진행했던 이 작업은 픽셀을 캔버스에 회화로 번역하기 전 단계에서, 디지털 이미지가 프린터라는 출력장치를 거쳐 현실의 이미지로 재매개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나하 작가는 대상화된 여성의 신체 이미지를 일정한 면적을 차지하는 사각 색면(픽셀)의 조합으로 물질화한다. 작가는 편집 프로그램 안에서 이미지 크기를 재조정하면서 이미지 크기 조정 알고리즘을 작동시킨다. 원본인 디지털 이미지를 구성하는 수백만 개의 픽셀들은 알고리즘의 연산을 통해 통제 가능한 숫자로 추려진다. 이 과정에서 픽셀들은 서로 뭉치고 섞이면서 원본과는 또 다른 정보로 재산출된다. 작가는 이렇게 추출된 색 정보를 기준으로 유사한 색을 만든다. 화면의 색과 실제 물감의 색을 대조해가면서 색의 단위를 조절해나간다. 이 과정은 디지털 이미지를 현실에 구현하는 과정에서 해상도를 높이는 단계이기도 하다. 이렇게 제조된 물감이 매트릭스 형태로 나누어진 캔버스의 빈칸에 주입된다. 캔버스를 가득 채운 사각 픽셀들은 원본 이미지에서 보이는 배경과 형상의 위계를 균질화한다. 회화를 구성하는 색면들은 참조점으로 작동하는 원본 이미지와의 거리감을 지속적으로 조정하면서 이미지의 가시성과 비가시성 사이를 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