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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ser



양윤화 (b.1993)
인천 출생, 서울에서 거주 및 활동.

2017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예술사 수료

개인전
2017  《포스트 옥토버》, 하이트 컬렉션, 서울, 한국

단체전
2016  《복행술》, 케이크갤러리, 서울, 한국

프로그램
2017  《무빙/이미지》 전시 연계 오큘로 스크리닝, 아르코미술관 스페이스 필룩스, 서울, 한국

양윤화는 조형예술을 전공했으며, 서울에서 활동한다. 몸의 움직임과 말, 텍스트, 시간이 얽혀 있는 상태에 관심을 갖고, 퍼포먼스, 비디오, 사운드 설치 작업 등을 해왔다. 개인전 《포스트 옥토버》(2017, 하이트 컬렉션)를 열었고, 《복행술》(2016, 케이크갤러리) 등의 기획전에 참여했다. 
 yunhwayang@gmail.com


상영작 List of Works


라인 댄스 Line Dance

Single-channel video, 2’ 16”, Sound, Color, 2014
선은 계속 모양을 바꾼다.

포스트 옥토버 Post October

Single-channel video, 9’ 50”, Sound, B&W, 2017 10년 내로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날 확률이 50%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일어난다는 말일까,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일까. 시간에 대한 이야기는 종종 말장난 같아서 당황스럽다. 앞으로 일어날 거라 예고된 사건들은 정확히 언제 올지 몰라 긴장된다. 그런 시간들을 건드려 눈앞에 두고 싶었다. 눈에 보이는 순간 다소 시시해지겠지만 세상엔 차라리 시시해지기를 바라게 되는 긴장감도 있을 것이다.

터치 Touch

Single-channel video, 10’ 38”, Sound, B&W, 2017
두 사람이 손을 맞대고 있었다.


제로 직진 아니면 좌회전 가로로 긴 창문 세로로 긴 창문 다시 직진 아니면 우회전 Zero, Go Straight or Turn Left, Long Horizontal Window, Long Vertical Window, Straight Ahead Again or Turn Right

Single-channel video, 2’ 8”, Sound, B&W, 2015 엄마라는 단어를 모른다고 생각하고 엄마를 읽었다. 그것은 어떤 방향이 됐다.

허그 Hug
Single-channel video, 2’ 11”, Sound, B&W, 2014
두 남녀가 포옹을 하는 중이다.


키스 Kiss
Single-channel video, 7’ 39”, Silent, B&W, 2014
두 사람이 입을 맞대고 있었다.


Venn
Single-channel video, 0’ 52”, Sound, Color, 2014
포함하는 일과 포함되는 일에 대한 클립이다.


한 뼘 (B104 둘레 재기) One Span (Measuring the Edge of B104)
Single-channel video, 7’ 42”, Sound, B&W, 2015
전시를 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전시장의 둘레를 재는 일이다.


냉장고는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What is the Refrigerator Doing Now?
Single-channel video, 9’ 45”, Sound, B&W, 2016-2018
냉장고 안에는 시금치도 있고 맥주도 있고 아이스크림도 있다. 그래도 그냥 냉장고라고 부른다. 냉장고가 고장나도, 냉장고는 냉장고라고 부를 것이다. 그런 것들이 영상에 담겨 있다. 그리고 그걸 그냥 영상이라 부를 것이다.


무제 Untitled
Single-channel video, 6’ 24”, Sound, Color, 2017
면은 계속 모양을 바꾼다.


ⓒ양윤화 Yang Yunhwa, Courtesy of the artist


선형적인 리듬을 거스르기


김신재, 정아람

 5번 단락에서 큰 따옴표(“”)는 영상에 나오는 자막 또는 보이스오버 문장을 인용한 것입니다.
 그 외 큰 따옴표(“”)는 작가와의 사전 인터뷰에서 발췌, 인용한 것입니다.


1. 스크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분명, 스크린을 바라보는데 하늘이 선명하다. 누가 보면 하늘 한가운데 비닐이 붙은 줄 알겠다. 바람이 비닐을 뒤집어 부풀릴 때 눈을 잠시 의심했다. 하늘엔 붙을 리 없는데 붙어 있으니까, 평면에 붙은 비닐처럼 보여서. 도대체 어떻게 붙어 있는 거야? 검은 선이 가느다랗게 그려진 연약하고 반투명한 커튼이 스크린 밖으로 소박하게 나부끼는 것 같다. 바람에 힘껏 휘날리다 그대로 잠시 멈춰선 모양이, 하회탈처럼 환히 웃길래 무심코 웃음이 났다. 빵처럼 하얗게 부푼 구름 몇 점이, 스크린을 바라보는 이편의 의뭉스러운 얼굴을 고요히 내려다본다.

2. 화면과 조형
가느다란 선의 춤을 담아낸 이 작업의 제목은 ‹라인 댄스›(2014). 학교에서 현대무용 수업을 들은 양윤화 작가는 몸의 움직임(movement)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작업에 반영했다. 그렇게 ‘흔들리다’라는 동사가 영상에서 다른 몸으로 구현되었다. ‹라인 댄스› 말고도 ‹허그›(2014)와 ‹키스›(2014) 모두 같은 해 만들어졌다. 조건은 동일했다. ‘동사’에서 시작하자는 것.

“‹허그›는 ‘번갈아 하다’라는 동사에서, ‹키스›는 ‘만지다’라는 동사에서 나온 영상이에요.” 동사가 가진 의미가 영상에서는 행위의 조건이 된다. ‹허그›에서 여자와 남자는 기둥을 사이에 두고 서로 번갈아 가며 상대방을 수 차례 힘껏 껴안는다. 동작을 멈추고 잠시 호흡이 이어지는 가운데 영상이 끝난다. ‹키스›에서 남자와 여자는 얼음을 사이에 두고 입술을 맞댄다. 영상을 역으로 재생(reverse)한 덕에, 마주 댄 입술로 얼음을 꼭 붙잡고 ‘되살려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는 시간을 되돌리거나 프레임을 회전하고, 장면을 전환(transition)하는 것과 같은 편집 기능을 활용해 영상의 꼴을 만든다. 특별한 CG가 아니라 단순하고 기본적인 편집 효과를 활용한 ‘마법’은 ‹터치›(2017)에서도 발휘된다. 기도하듯이 모은 두 사람의 손바닥 틈으로 물방울이 거슬러 올라가더니 얼음의 결정체가 맺힌다. 촬영한 영상을 되감는 기법은 ‘영상이 가진 시간성을 더 잘 보여주는 효과’ 중 하나다.

“고등학생 때, 영화를 좋아해 독립영화 제작 스태프로 참여하기도 했어요. 그때부터 영상을 편집하는 걸 좋아했어요. 그러다 보니 기본적인 효과를 쓰는 게 재밌어졌습니다. 저는 보통 영상을 빠른 시간 내에 단순하게 찍다 보니, 촬영만으로는 마법을 부릴 수 없었어요. 대신 편집 기술이 만드는 효과들에 익숙해졌어요.” 카메라로 촬영할 때, 시간은 항상 현재형이지만 이를 역방향으로 되감아 재생하거나 다른 시간에 촬영한 이미지의 앞뒤로 붙인다면 영상의 선형구조는 달라진다. 장면을 빠르게 감거나 천천히 늘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영상만의 또 다른 시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다양한 편집기법을 적용해 장면을 연출한다.

3. 몸, 세계의 척도
“‹허그›는 두 사람이 동작을 멈춘 마지막 순간을 먼저 생각하고 찍었어요. 보는 사람이 (서로 껴안는 반복 동작을 멈춘 지점에서) ‘언제 다시 와락 안지?’ 하고 궁금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키스›와 마찬가지로, ‹허그›에도 작가가 직접 등장한다. 얼음, 기둥이 상대방과의 거리를 만들지만 몸과 몸 사이 장애물이 무색하게 두 사람은 팔로, 입술로 접촉한다. 키스와 허그 같은 몸의 ‘접촉’을 통해 발생하는 긴장, 그리고 정적인 상태는 조각이 다루는 긴장과 균형-불균형을 떠올리게도 한다. 손과 손, 입술과 입술, 팔과 팔. 그 사이의 얼음과 시간, 힘의 작용.

본인의 작업에 직접 등장할 때 두렵진 않을까? “학부 1학년 때 한 수업에서 선생님이 ‘대상화’에 대해 얘기해주셨어요. 아무리 좋은 의도로 다큐멘터리를 찍더라도, 담는 대상을 대상화할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대상화의 위험을 피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나를 카메라에 담는 거라고 하셨어요. 저도 아직 답을 찾진 못했지만, 그런 이유로 저를 담아내요. 하지만 점점 얼굴이 안 나오게 조절하고 있어요.” ‹한 뼘(B104 둘레 재기)›(2015, 이하 ‹한 뼘›)에서 작가는 얼굴을 전면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내가 날 대상화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4. 몸의 움직임과 말, 텍스트, 시간이 얽힌 상태
‹한 뼘›에서 작가는 자신의 손바닥을 한 뼘 한 뼘 잇대어 강의실의 둘레를 잰다. 손바닥의 몇 배 크기의 공간을 자신의 몸으로 실측하는 모습이 진지하고 대담하다. 2016년, 졸업전시 즈음 작가는 몸을 전도체 삼아 소리로 변환시키는 장치를 만들었다. 몸의 한 부분을 터치해 소리가 나면 상대방이 단어를 설명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몸을 한 번씩 터치하며) ‘저/희/가 지/금 맥/주/를 마/시/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피부를 만지면 소리가 나는 퍼포먼스였습니다.”

작가는 말 혹은 목소리를 ‘만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언어와 의미, 이미지의 사슬을 변화시킨다. ‹제로 직진 아니면 좌회전 가로로 긴 창문 세로로 긴 창문 다시 직진 아니면 우회전›(2015)은 ‘엄마’라는 단어의 조형적 요소(초성, 중성, 종성)를 공간과 움직임의 기호로 전환한 작업이다. ‹초(사랑은 도파민 즉 쾌락 중추에 중독되는 것으로)›(2014, 비상영작)는 어떠한가. 보이스오버를 통해 전달되는 문장들은 내레이션의 기능을 거의 하지 않지만, 초침의 움직임에 맞춰 인용 문장을 한 음절씩 읽어가는 작가의 목소리로 청각적 리듬(감)이 만들어진다. “저는 원래 말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설령 제가 아무 말 없이 여기 앉아 있더라도, 여기에 왔다는 것 자체가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려는 의도를 뜻하잖아요. 이렇게 몸만으로도 의미를 표현하고 전달하는데, 말로도 또한 발화한다는 게 신기해요.”

몸으로, 몸에서 두 가지의 발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경험에 기반해, 작가는 각각의 ‘채널’이 공존하고, 분리되는 형식을 상상한다. 근작인 ‹포스트 옥토버›(2017)는 보이스오버와 자막, 화면 이미지가 각각의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만나고, 어느 부분에서는 다시 멀어졌다 가까워진다. 보이스오버와 자막이, 자막과 영상이 교차하거나 각자의 방향으로 갈라지도록 작가는 셋의 간격을 조절했다. “자막과 말이 얼마만큼 이미지를 따라가야 할까?” 라는 질문을 안고 이러한 형식을 모색했다.

5.  납작한 것이 부피를 가지는
‹라인 댄스›,  ‹무제›(2017),  ‹냉장고는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2016-2018)등 작가의 영상 작업에는 종이나 비닐, 랩처럼 가볍고, 쉽게 바스락거리며 구겨지고, 또 (반)투명하게 비치는 소재들이 자주 등장한다. 작가는 편평한 평면을 접고 자르고 세우거나 뒤집으면서 부피(감)를 부여한다.

‹포스트 옥토버›에서는 A4 용지를 접고 잘라 부피를 만든다. 손이 가는 대로 써 내려간 듯 시시한 넋두리에 가까운 보이스오버와 개연성 없는 이미지들의 연쇄, 그 모든 것과 무관한 자막 텍스트가 서로 다른 트랙을 따라 무심하게 지나치듯 흘러간다. “사람들은 종종 부르지도 않을 이름을 물어”보고, 화자는 “그가 잊어버린 모든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그 사람 이름이 뭐였지?” 보이스오버와 움직이는 이미지, 자막 텍스트는 좀처럼 동기화(synchronize)되지 않고, 작가는 각각 어긋나는 상태와 리듬 같은 미세하고 ‘시시한’ 감각들을 세심하게 조정한다. 보이스오버를 통해 전달되는 사소하지만 미세하게 불편한 에피소드, 별 상관없어 보이는 단어와 이미지의 반복과 나열. 꿈속의 그가 “단어들을 모조리 잊어버”리 듯, 보이스오버, 자막, 푸티지 같은 특정 트랙을 소거했을 때 ‹포스트 옥토버›는 전혀 다르게 읽힌다.

“아무것도 없으니 그림자조차 없는 세계”는 접거나 자르고 또 세운 후에 “부피가 생겼고 빛은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섬광, 도화지, 속도 같은 단어들이 반복, 연쇄, 중첩된다. 말, 텍스트, 타임라인이 서로 뒤집히고 얽혀들면서 영상에 부피가 만들어진다. “이전에 있던 기억이 현재의 경험과 더불어 뒤섞이면서, 공간 위에 흐르는 시간이 아니라 기억 안이라는 공간에서 재구성되기도 하”고, “과거에 있던 일이 한참 후에 꿈에서 튀어나오기도 하고, 그 꿈에서 일어난 일이 또다시 한참 후에 현실에서 떠오르기도” 한다.

“아직 도래하지 않은 사건을 수정할 수 있을까?” “앞으로 일어날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모든 일이다.” 작가가 던지는 질문은 저만치 가 있지만, 동시에 여전히 10월에 고정된 채 꿈에서 벌어진 대화, 기억의 한 구간으로 되돌아간다(온다). “영상은 반복될 것이다. 앞으로 반복되는 게 아니라 이전에 틀었던 것을 향해 반복한다고 가정할 수 없을까?” 그리고 “이 장면은 끝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