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003





송민정 Song Minjung (b.1985)

서울에서 활동한다. 쇼핑과 판촉, 광고, 마켓, 유통에 관심이 있고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지향한다. 주로 셀럽, 감독, 점주의 역할을 그럴싸하게 흉내 내며 다소 유령 같은 행색으로 자신을 홍보한다. 자신의 무드를 적극적으로 셀링(selling)하지만 직설적이지 않다.




상영작 List of Works


Est-ce vraiment nécessaire?
2017, HD Video, Color, Sound, 1’ 25”
프랑스 쥬비시에 있는 카페 겸 잡화점 "Est-ce vraiment nécessaire?"의 고별전에 참석하는 방법이 담겨 있다.


(K)night
2015, HD Video, Color, Sound, 10’ 00”
묵음 k, night, knight, ( ) 에 관한 작업으로 타임라인 위에 흩뿌려진 파편을 엮어 현재를 번역한다.


DOUBLE DEEP HOT SUGAR -the Romance of Story- ver2
2017, HD Video, Color, Sound, 4’ 58”
DOUBLE DEEP HOT SUGAR -the Romance of Story-의 두 번째 버전으로 전작이 보여줬던 무드를 반전시켜 제시한다.


낙찰!
2016, HD Video, Color, Sound, 0’ 20”
우울한 현재와 이동에 관한 짧은 작업


CREAM, CREAM ORANGE
2017, HD Video, Color, Sound, 3’ 48”
뷰티 광고 이미지를 작품의 기본 언어로 사용하는 이 작업은 크림의 질감, 반짝이는 사물 등 장식적이고 멜랑콜리한 요소를 통해 현재 상태나 기분에 대한 감각을 셀링한다.


메추라기~폴더~키보드~브이제잉
2016, HD Video, Color, Sound, 3’ 29”
메추라기 폴더에 저장된 각종 파일로 브이제잉 하는 척 했다. 음악은 프랑스 DJ  게사펠슈타인(Gesaffelstein)의 것.


SERIOUS HUNGER x ZEEWOOMAN(1), (2)

2016, HD Video, Color, Sound, 1’ 00” / 1’ 07”

미술작가 지우맨과의 협업으로 시리어스 헝거를 소개하는 첫 번째 광고이다. 계정의 안과 밖을 오가는 감각을 흑화된 지우맨을 통해 보여준다.

DOUBLE DEEP HOT SUGAR -the Romance of Story-
2016, HD Video, Color, Sound, 7’ 24”
기분의 업다운, 타임라인의 낙차를 가볍게 직조하는 방식으로, 삶을 코미디로 우회한다.

Shin Hae Gyeong - Pluto [OFFICIAL MUSIC VIDEO]
2017, HD Video, Color, Sound, 5’ 53”
스마트폰 내부에서 출발해 명왕성의 세계관 속으로 이끄는 뮤직비디오.

분홍벌레 더 무비 2015, HD Video, Color, Sound, 2’ 10”
분홍벌레의 WORKS 자판기 입고를 소개하는 광고로 다소 쓸쓸하면서도 귀여운 무드를 전달한다.

Omnia Vincit Amor.Ang 2015, HD Video, Color, Sound, 11’ 44”
한받이 프로듀싱한 가수 콜레라마(이세준)의 데뷔 프로젝트를 매니저 시점에서 바라본 페이크 다큐멘터리.

NEW! Fluffy Rukuru
2017, 3-Channel HD Video, Color, Sound, 0'05” / 0'40” / 0'20”
“Fluffy Rukuru”라는 가상의 디저트를 소개하는 이미지  광고로, “Fluffy Rukuru”를 찾아나서는 여행의 예고편이다. 본편은 제작하지 못했다.


ⓒ송민정 Song Minjung, Courtesy of the artist




시리어스 헝거(Serious Hunger)에 대하여

유지원

  1. 시리어스 헝거의 브랜드 되기

근과거의 몇몇 장면들: «과자전: Love & Thanks»(@코엑스 D홀, 2016.5.4-8) “시리어스 헝거의 진지한 귀환..!” – «덕후 프로젝트: 몰입하다» 오프닝(@북서울시립미술관, 2017.4.11) – «과자전: Love & Thanks»(@코엑스 A홀, 2017.5.3-7) “시리어스 헝거의 디저트는 비밀의 공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 «김동희 개인전: 3 Volumes» 야간개장(@시청각, 2017.5.27) – 취미가 확장개관 기념 세리머니(@취미가, 2017.7.19-21) – «예술가의 런치박스: 송민정»(@서울시립미술관, 2017.9.5 / 9.19) …  

모든 이야기는, 그것이 뜬소문에 불과하든 결국은 성공신화로 기록되든, «과자전»에서 시작된다. «과자전»은 “베이킹 관련 소상공인 등에게는 자립적 홍보를 통해 에너지를 얻고, 아마추어 베이커들은 직접 만든 개성 있는 과자를 대중에게 소개”하는 페어로, 2012년 벼룩시장으로 시작한 이래 점차 몸집을 불려 이제는 꽤 이목이 쏠리는 대중적인 축제가 되었다. 2013년 제4회 «과자전»에서 시리어스 헝거는 ‘감정기복곰’이나 ‘미국애벌레’와 같이 스스로가 깜찍하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과자를 필두로 재빠르게 네임드에 안착했다. 물론 그 인기는 현장에서 직접 실감할 수 있는 것이기보다 시리어스 헝거가 내놓은 아이템의 이미지가 각종 SNS 피드에 끊임없이 올라오는 것을 통해 간접적으로 감지되는 것에 가깝다. (‘실제로’ 인기가 있었는지는 알 도리가 없을뿐더러 그것을 아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다. ‘실제 인기’란 말 자체가 어쩌면 형용모순이다.) 시리어스 헝거는 그렇게 피드 속에 잠입하여 입소문을 타고 존재감을 확장해 갔다. 명확한 아이덴티티나 비전 따위를 내세운 것도 아니고 찾아가 볼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도 없다. 불쑥 타임라인 사이에 치고 들어와 비현실적으로 귀엽거나 슈거리하거나 글로시한 장면을 선사하고는 스르륵 밀려 올라가버리는 신기루 같은 존재.

시리어스 헝거는 «과자전»과 같이 대중적인 행사뿐만 아니라 작가 송민정이 참여한 전시의 오프닝이나 행사, 혹은 동료가 전시하고 있는 곳에 반짝 등장하여 그 어디에도 없을 맞춤 케이크나 케이터링 서비스를 제공했다. 시리어스 헝거의 등장이 예정된 장소에는 어김없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국공립 미술관의 로비가 되었든 한옥에 자리 잡은 전시 공간이 되었든 시리어스 헝거가 스쳐 간 자리에는 그곳에 엄청난 케이크가 있었다는, 먹을 것이 금세 동나고 말았다는, 그래서 결국 빈 접시밖에 목도하지 못했다는, 시리어스 헝거의 다음 행선지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는 웅성거림만이 피드에 올라온 어쩐지 이국적이고 낯설게 화려한 이미지와 함께 남아 부유한다. 시리어스 헝거의 케이크는 과연 타임라인 너머에 실재하는 것일까? 먹을 수 있기는 할까? 시리어스 헝거는 도대체 무엇일까?

정체를 밝히라는 요구에 대신 응답하자면, 시리어스 헝거는 ‘브랜드’에 근접하다. 브랜드란 단일한 로고나 상징물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나 고객이 어렴풋하게나마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주관적인 인상이나 이미지이다. 마케팅 전문가는 브랜딩의 묘수란 현실적인 목표, 즉 특정 제품을 팔아서 수익을 남겨야 한다는 직접적인 과제와 대중에게 매력적인 이미지를 심어주어야 한다는 측정하기 어려운 지향점 간의 균형을 성취하는 것이라고 설파한다. 하지만 시리어스 헝거에게는 이러한 균형이 있을 수 없다. 관객 혹은 팔로워에게 주관적이면서도 특정 가능한 인상을 각인시키는 데에 성공적이었으나 그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대상은 시시각각 변하며 화폐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현재 상태’, ‘기분’, ‘무드’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윤 창출의 목적은 요원한 채 단지 깜찍하고 화려하고 반짝이는 프로모션의 제스처만 제공하는 시리어스 헝거는 반쯤 가상인 브랜드이다. 하지만 시리어스 헝거는 SNS를 통해 적당량의 정보를 제공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게 만드는 데 탁월하여, 브랜드로 성립하기 위한 ‘그럴듯해 보임’을 갖추기에 부족함이 없다. 결국 이 반-가상 브랜드는 브랜드의 ‘본론’을 결여하고 있으면서 브랜드의 작동 그 자체를 보여준다. 케이크를 팔기 위해 무드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무드를 조성하기 위해 케이크가 등장한다. 겉모습이 속내를 앞선다. 배경이 오히려 아이템을 압도하고, 전면이 이면 없이 번들거린다.


2. (비)효율적인 애드 캠페인으로서의 영상

From Minjung Song’s Youtube Channel: (K)night(2015) – 메추라기~폴더~키보드~브이제잉(2016) – 시리어스 헝거 x 지우맨 1,2(2016) – DOUBLE DEEP HOT SUGAR – the Romance of Story(2016) – CREAM, CREAM ORANGE(2017) – DOUBLE DEEP HOT SUGAR – the Romance of Story ver2(2017) – “Est-ce vraiment nécessaire?”(2017)  

시리어스 헝거가 반-가상 브랜드라면 그의 영상은 절반쯤 ‘애드 캠페인’일 것이다. 애드 캠페인은 특정한 라인의 상품을 대변하는 테마 혹은 컨셉을 다채로운 형태로 변주한 일련의 홍보 콘텐츠다. 시리어스 헝거가 그 자체로 브랜드로 구축되었다기 보다는 브랜드의 작동 방식에 기생하여 정체성을 획득한 것처럼, 그의 영상 또한 특정한 상품을 홍보하는 역할에 충실하기보다 애드 캠페인의 존재 양태를 빌려올 뿐이다. 요컨대, 각 영상은 몰입할 것을 요구하고 그 경험 자체로 감상을 완결시키기보다 그 바깥에 진정한 주인공이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다.

이처럼 시리어스 헝거의 영상은 무언가를 홍보하거나 대리하는 부차적인 역할을 전혀 마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취한다. 다만 흥미로운 것은 영상이 제아무리 무언가에 대한 프로모션이나 대체물로 스스로를 포지셔닝 한다 해도 이면에 있는 것, 결국 세일즈하고자 하는 ‘바로 그것’은 여전히 요원하다는 것이다.

가령 시리어스 헝거 x 지우맨(2016)처럼 지우맨을 홍보해야 한다는 소정의 목적이 있었던 작업을 생각해보자. 분명히 지우맨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고 지우맨이 발화할 만한 일본어 내레이션이 영상 전반의 톤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1분 남짓의 짧은 러닝타임동안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아무래도 시리어스 헝거 쪽이다. 어둡고 푸른 톤의 배경을 뒤로하고 앉아서 스마트폰을 들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지우맨 주위로 산만하게 부착된 작은 창 속 클립, 반짝이며 제자리에서 돌고 있는 보석, 흩날리는 파란 이모티콘 하트, 가짜인지 진짜인지 알 길이 없는 케이크와 같은 소품에 눈길을 주다 보면 어느새 영상은 끝나있다.  

다른 한편, Cream, Cream Orange(2017)처럼 딱히 광고주가 없을 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하이엔드 코스메틱    브랜드의 언어를 따라 근거 없이 매끈하고 반짝이는 질감이 지배적인 이 영상은 ‘LITTLE MEEERLIN’에 방문한 고객을 환영하며 시작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것의 정체는 묘연해진다. 물론 광고 언어를 적극적으로 끌어온 만큼 오렌지에 글로시한 시럽이 주르륵 떨어지거나 크림 같은 것이 출렁이는 이미지가 지나가는 사이에 셀링의 대상이 문득 모습을 드러낸다: “... 당신의 기분을 즉각적으로 개선”하는 “보석처럼 빛나는 리얼 크림”. 하지만 크림이나 시럽, 플라스틱의 블링블링하고 글로시한 질감을 경유하여 진정 약속하는 바는 여전히 빈칸이다. 남는 것은 그 빈칸을 수식하기 위해 동원된 무드뿐.

현실로는 출력되지 않는 만족감의 약속은 이미 우리에게 충분히 익숙한 언어이다. 대량 생산의 시대가 저물고 대량 맞춤 생산, 즉 세분화된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다변화된 상품을 제작하는 국면에 돌입한 이래로 브랜드 메이킹은 생산자의 필연적인 과제가 되었다. 이전에는 판매하고자 하는 제품의 기능성을 강조했다면, 생산의 조건이 상향 평준화된 오늘날에는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모종의 유대감을 형성하고자 하는 접근이 대두된 것이다. 그러나  이미지 위주의 SNS나 웹 플랫폼과 대량 맞춤 생산 국면의 결합으로 실제 제품과 이미지의 유착은 한정 없이 느슨해졌다. 가령 패션지에 실린 화보는 협찬 의류, 악세사리, 코스메틱 제품, 화보를 실은 잡지, 모델로 선 연예인 중 과연 무엇을 홍보하는지 규명하기 어려운 상태의 이미지일 뿐이다. 사람들은 그 이미지가 무언가에 대한 광고 이미지라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의식하지 않은 채 저마다의 타임라인으로 찢어와 플랫폼의 인터페이스에 따라 압축, 편집한 뒤 뜬금없는 캡션과 함께 상이한 맥락에 옮겨 심는다. 제품과 보다 직접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코스메틱 신상 화보를 앞에 두고도 소비자들은 화면 속에서 발광하는 쉬머리하고 글로시한 표면이 스크린 밖에서는 구현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학습한 지 오래다. 시리어스 헝거는 이러한 현대인의 시각환경, 즉 현실과는 별개로 작동하는 시각 경제를 십분 활용하는 것을 넘어 배후의 메시지 없이 분위기만 증폭시킨 이미지를 선사한다. 프로젝션 환경보다 모니터 출력, 그중에서도 스마트폰 스크린에 최적화된 채도로 맞춰져 있는, 타임라인 속에 끼어들어 잠시 손가락을 멈추게 되는 강렬함으로 소비자를 붙잡아 놓지만 판매 링크는 걸어 놓지 않는 영상. 궁극적으로 교환되는 것은 간편하게 전환되는 기분, 일시적인 시각적 흥분, 내용 없이 잔상으로만 남는 무드, 순식간에 친해졌다가 그만큼 빨리 멀어지는 관계. 결국 ‘00에 대한 홍보,’ ‘00를 위한 애드 캠페인,’ ‘00의 티저’라는 위상에서 00에 들어갈 말은 ‘시리어스 헝거-다움’이다. (통상적인 애드 캠페인으로서는 실패지만 반-가상 브랜드 시리어스 헝거로서는 충분한 성취일 테다.) 명시적으로 애드 캠페인을 표방하지 않는 영상의 경우에도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공란으로 남고 마치 프로모션을 위한 프로모션, 티저를 위한 티저인 양 발산된다는 점은 마찬가지이다.  


3. 적당한 거리를 확보하여 공간-확장자 취하기

«취미관» (@취미가, 2017.10.13-11.10) “오늘부터 열리는 취미관 TasteView 趣味官›에서 쟈끌린의 도기 쿠키를 만나보세요!” – «더 스크랩»(@문화역서울 284, 2018.6.9-13)  – “시리어스 헝거가 비밀스럽게 간직해온 💥가상의 디저트 맛집💥 10곳을 공개합니다😋” (@twitter.com/serioushunger, 2018.6.14)

근래의 몇몇 제스처와 이래저래 엿들은 바를 경유하여 점쳐보건대 반-가상 브랜드 시리어스 헝거의 다음 스텝은 아무래도 공간을 점유하는 몸체를 갖는 것인가보다. 우선 작년 «취미관»에서 있었던 일을 밋밋하게 요약하자면, 작가 송민정은 «취미관»에서 자신에게 할당된 공간에 냉장고를 두고 그 안에 동물(충분히 친근한 강아지와 고양이와 비둘기) 쿠키와 콩포트, 허브버터 등을 넣어 두고 판매했다. 하지만 이 아이템을 특별하게 만들었던 건 시리어스 헝거가 계획적으로 진행한 설정 놀이였다. «취미관»이 오픈하기 일주일 전, 시리어스 헝거의 친구가 공개되었다. 프랑스 쥬비시에 위치한 “Est-ce vraiment nécessaire?” 라는 폐점을 앞둔 카페 겸 잡화점의 점주인 Maître Jacquline(이하 ‘쟈끌린’). 삽살개의 얼굴을 하고 제빵모를 쓴 쟈끌린은 대뜸 친구가 있는 서울에서 고별 세일을 진행하겠다고 한다. 새로 생성된 쟈끌린의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계정에는 아스팔트 도로에  떨어져 있는 포장도 뜯지 않은 식빵, 겸손한 접시에 담긴 바게트-치즈-잼 구성의 조촐한 프랑스식 아침 식사,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대형견종의 얼굴 등 뜬금없이 이국적인 일상이 프랑스어 서술과 함께 꾸준히 업로드되었다.

시리어스 헝거가 사실상 CEO인 송민정과 명확히 구별되지 않았고, 체계적인 캐릭터 구성없이 운영되었던 점과 대조적인 치밀한 플레이 못지 않게 주목하게 되는 건 이 설정을 바탕으로 «취미관»에 등장한 냉장고라는 몸체였다. “Est-ce vraiment nécessaire?”를 홍보하는 영상은 냉장고 옆에서 재생되어 냉장고를 열기 위해서는 1.5유로를 지불해야 한다고 알린다. SNS 계정 운영을 통해 만들어낸 브랜드가 물리적인 신체를 얻은 순간, 관객들로 하여금 쟈끌린을 팔로우하고 그에 대한 인상을 만들어가도록 한 후 실물을 영접하러 오도록 한 바로 그 상황에서 입장료를 받는 것이다. 이는 전 과정이 단지 상품과 화폐를 주고받는 것 이상으로 특정한 경험, 즉 관객에게 가상의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그것이 스크린 밖으로 나와 몸체가 되는 것을 확인하는 경험 그 자체를 하나의 퍼포먼스로 이해하도록 하는 제스처였다. 시리어스 헝거를 둘러싼 입소문과 마찬가지로 도기 쿠키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품절되었고 누군가의 타임라인 속 이미지로 떠돌았다. 서울에 와서 «과자전»의 마스코트 ‘순이’까지 만난 쟈끌린은 작별 인사로 스콘을 구워 제공하고는 본국으로 돌아갔는지 소식이 없다.

프랑스인 혹은 프랑스견인 쟈끌린이 서울에 올 수 있었던 것은 프랑스에 대한 한국인들의 통속적인 거리감 덕분이다. 이곳이 아닌 적당히 먼 다른 곳에 대해 느끼는 이질감, 그리고 그곳은 막연히 어떠할 것이라는 인상을 공유하고 있을 때 시리어스 헝거의 친구  “Est-ce vraiment nécessaire?”가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프랑스어로 점주를 부를 때 ‘Maître’라는 표현은 실제로 쓰지 않는다고 지적하거나 쥬비시(Juvisy)에는 그런 쿠키를 파는 곳이 없다고  확증해 줄 사람이 나타날 확률이 확연히 적은 상황에서 가능한 설정 놀이인 것이다. «더 스크랩»(2018)에서 송민정이 제시한 이미지는 이처럼 피상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절한 거리감을 적극적으로 탐색한다. 송민정이 내놓은 10장의 이미지는 각각 구글맵 스트리트 뷰에서 캡처한 낯선 도시의 장면이었고, 각 사진에는 어김없이 베이커리가 등장했다. 행사가 끝난 후 이 이미지는 시리어스 헝거가 제안하는 ‘가상의 디저트 맛집’이라는 것이 밝혀졌고, 각 이미지에 해당되는 좌표가 함께 공개되었다. 이미지는 역시 합성된 것이었고, 구글맵으로 빌뢰르반, 리옹, 로마 등에 위치한 그 장소에 가보면 베이커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대신 베트남 음식점이나 버려진 자판기 같은 것이 서 있을 뿐이다. 이는 단순한 기믹에 불과하지만 반-가상 브랜드가 공간-확장자를 모색하기 위한 적절한 거리감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보았을 때 꽤 흥미로운 장치로 다가온다. 요컨대 구글 스트리트 뷰로 마주할 수 있는 랜덤하면서도 이국적인 장면에 시리어스 헝거의 취향을 충분히 반영한 베이커리를 그려 넣는 것은 일정 정도의 피상성을 유지하면서도 몸체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의 타진으로 볼 수 있다.

공간 좌표 위에 놓인 물리적 신체를 갖는다는 건 브랜드가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이다. 자랑스러운 국산 코스메틱 브랜드 ‘3CE’의 모체인 ‘스타일난다’는 핑크빛으로 도배된 호텔을 테마로 한 ‘핑크호텔’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한다. 이는 단지 해당 스토어의 매출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스타일난다-걸로 거듭나서 그에 합당한 공간을 거닐며 그 브랜드가 지향하는 룩을 온전히 체화할 수 있는 체험장으로 기획된 것이다. 이처럼 브랜드의 설득력은 타깃 고객층의 삶 전반의 모습—어떤 음악을 듣고, 어디로 휴가를 떠나며, 어떤 향을 좋아하는지—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으며, 공간만큼 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없다. 다만 시리어스 헝거의 정체성은 반-가상 브랜드라는 점에 정박되어 있기 때문에 섣불리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거나 물리적인 공간을 취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 계정으로 친구를 생성하고 그가 쥬비시라는 낯선 곳에서 서울까지 날아오게 하거나, 그가 점주인 카페가 방금 생겨난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운영되다가 폐점한 것이라고 설정하면서 가상의 지속 기간을 확보하는 것. 해외의 여러 도시에 “Est-ce vraiment nécessaire?”와 같이 친구삼을 수 있는 베이커리들을 심어두고 각각의 페이버릿 메뉴를 소개하는 것. 그것은 아마도 시리어스 헝거가 자신이 취할 수 있는 거리감을 어림잡아 보고 어떤 몸체를 취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시도일 것이다.

어느 시점에 어디엔가 시리어스 헝거가 상점을 차리게 될 날이 올까? 그것은 아마 시리어스 헝거의 SNS 계정을 통해 가장 먼저 알려지게 될 것이다.


  1. 작가 송민정은 시리어스 헝거와 자신의 거리감을 의식적으로 조정하거나 명시하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활동을 살펴보면 시리어스 헝거는 송민정과 동급이기도 하고, 그가 운영하는 (본)계정 같은 것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송민정’이라는 이름으로 참여한 전시나 행사의 맥락에서는 ‘작가 송민정’을, 시리어스 헝거의 타이틀로 진행한 프로젝트의 경우 ‘시리어스 헝거’를 썼다.
  2. 참고: Marty Neumeier, The Brand Gap: How to Bridge the Distance Between Business Strategy and Design, Berkeley: New Riders, 2005.